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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2. 경상매일신문)<정상태 박사의 세상사는 이야기> 강원도의 꿈

“예쁘게 잘 찍어.” 까까머리 고교생이 수학여행 가며 동네 사진관에서 빌린 추억의 <올림푸스> 카메라. 1978년 당시 영주역에 모인 검은 교복 차림의 학생들은 저마다 꿈에 설레던 강원도로 간다. 태백과 철암, 그리고 동해, 강릉으로 향하는 기차 앞에서 모자를 삐딱하게 쓰거나 교복 상의 단추를 풀고 폼 잡던 시절. 경상북도의 끝자락 봉화를 지나면 가장 먼저 만나는 강원도 태백, 정선, 사북. 이곳은 늘 아련한 그리움과 미안함이 함께 한다. 길거리 강아지도 고액권 지폐를 물고 다니던 시절의 탄광 지역, 그곳은 당시 일반 국민 눈에는 부러움보다 갱도 붕괴사고로 안타까움이 존재하던 곳이었다.
현장 아나운서의 급박한 목소리로 사북탄광 매몰사고에 관한 뉴스가 전국으로 흘렀다. “사북 광업소 모 갱구로부터 몇천 미터 지점에서 수 톤의 탄 더미가 작업자를 덮쳤다.” 이 사고로 참변을 당한 사람들과 엎드려 절규하는 아낙네의 모습이 생생하게 전파를 탔다. 실시간으로 탄광에 매몰된 인원이 구조될 때마다 방송을 보던 국민은 환호성과 함께 기쁜 손뼉을 쳤다. 산업화의 그늘이 깊게 드리워진 곳, 강원도 탄광 그리고 오지 마을, 이것이 지금 기성세대에게 각인된 강원도의 이미지였다. 지금처럼 충분한 땔거리가 없어 연탄과 석탄에 의존해야 했던 시절, 우리는 늘 강원도에 큰 빚을 지고 있었다.
강원도 협곡을 아슬아슬하게 지나가던 영동선 아래로 거침없이 흐르는 탄광의 검은 물결은 산업발전의 단면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문학 작품 속 “젊은이의 초상(肖像)” 같은 강원도의 이야기는 늘 이 지역을 동경하였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 만나게 된 태백은 놀라움의 연속이다. 아침에 문을 열며 만나는 깨끗한 공기는 단숨에 폐부에 깊게 박혀버린다. 평생 마셔오던 그런 공기가 아닌, 마시고 내뱉기라도 하면 오염이 될까 미안할 정도로 깨끗한 공기. 또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정중했고 배려를 아끼지 않는 멋진 사람들이었다.
태백의 맑은 공기처럼 상쾌하고 따스한 미소로 이방객을 대해 주었다. 다소 아쉬운 건 태백의 경제가 타 도시보다 다소 뒤떨어져 보였다. 그러나 미래의 기능인력을 양성하고, 군(軍)과 산업현장에 투입될 인재를 키우는 강원도 태백시에는 <태백 기계공고>가 있었다. 실업계 고교이었지만, 공학박사 학위를 가진 교사들도 다수 포함될 정도로 수준 높은 교사진들로 구성, 학생에 대한 열정이 있는 곳이다.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고자 ‘현장 실무형 교육’과, ‘군 특성화 육성 교육’이라는 특화된 전문성도 갖추었다. 1951년 개교 후 70년 역사를 지닌 이곳에서 ‘조국 근대화의 기수’라는 그 학교를 마지막으로 지켜보는 고마운 경험을 했다.
학교의 책임을 맡은 교장 선생님 이하 모든 교사가 일치단결, 이 지역의 수익성 낮은 광산 산업에서 미래 핵심 기술인 4차 산업으로 전환을 시도한다. 질 높은 우수한 교육을 제공하여 우수 학생들을 유치, 새로운 산업발전과 지역, 국가발전에 이바지하려 한다. 그 노력은 학교 재구조화 사업으로, 기존의 군 특성화 과정뿐 아니라 항공정비 시스템을 운영하는 <항공고등학교>로의 전환이다. 학생 선발의 교과과정인 기초과정, 공통실무과목, 전문자격증 등 3개 과정을 학점제 방식으로 하는 첨단 항공분야의 전문 인력 양성을 하고자 대 전환을 시도하였다.
항공 관련 산업은 최근의 K-방산과 맞물려 가히 폭발적인 수요를 발생시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며 위기감을 느낀 사람들의 시선은 대한민국의 군수산업으로 향했다. 특히 항공분야는 FA-50 경공격기, 차세대 전투기인 KF -21 등 고정익(翼)뿐 아니라, 회전익(翼)인 LAH 소형 무장헬기, LCH 소형 민수 헬기 등 쟁쟁한 기술력을 보유 중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위시하여 대한항공 등 과거부터 민간 항공기 수리와 정비 업체 등 수백 개의 항공 관련 업체가 전국에 존재한다. 이제는 이 첨단산업에 투입될 전문 기술인력을 지속해서 양성하여 타국보다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
후손들의 미래 먹거리임과 동시에, 국가와 지역 발전을 위한 첨단 기술 산업의 전환은 신선하게 다가왔다. 현재 수많은 기계, 전기, 전자 관련 전통학과가 있지만, 특화된 항공 관련 기술을 선택, 인재를 양성하여 공급하는 교육의 최적기로 판단된다. 우리나라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한국항공고>에서 최고의 항공정비 기술을 습득할 인재 양성을 기대한다. 미래의 산업발전과 교육을 책임지려는 문명호 교장 선생님과 강철구 교감 선생님의 의지와 우수 교사진, 학생들과 함께하는 강원도의 꿈을 응원한다.
이제 가을빛이 가득한 아름다운 협곡을 달리는 기차 너머로 흘러가던 검은 물결은 사라졌고, 추억 속에서만 존재할 것이다. 그리고 까까머리 수학여행의 추억의 빈자리는 미래를 향한 꿈, 항공산업 양성을 위한 둥지가 들어설 것이다. 강원도에 늘 가졌던 미안함을 이제는 갚을 때이다. 산소 도시라 불리는 맑은 공기와 아름다운 도시에서 이제 탄광의 모습은 없고, 그 자리에 창공을 향해 힘차게 날아오르는 강원도의 꿈이 펼쳐질 것이다.
경상매일신문 기자 / gsm333@hanmail.net 입력 : 2023년 03월 12일